선거제도 개혁

‘국민의 힘’은 기초의회 선거제도 개혁에 조속히 동참하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제도는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충분히 받고 있지는 못하다. 지방자치제도가 충분히 신뢰받지 못한 것에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부패비리, 충분치 못한 지방분권 등의 요인도 작용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선거제도가 갖는 극도의 불비례성으로 인하여 민의가 왜곡되고 있다는 데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지방의회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보다도 더 심각한 불비례성이 노정되어 있으며, 이로 인하여 시민의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현재 지방의회의 가장 근간이 되는 기초의회 선거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은 2인 내지 4인의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2인 선거구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심각한 불비례성과 거대 정당의 독점을 초래하고 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기준으로 거대 양당은 전국적으로 90%가 넘는 기초의회 의석을 점유했다. 2018년 당시 국회는 다당제였으며, 당시 각 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사실상 당시 두 거대 양당이 지지율보다 훨씬 많은 초과의석을 차지한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기초의회에서 소수정당의 목소리는 체계적으로 배제된 셈이었다.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현행 기초의회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의 장점을 살리려면, 3인 이상 선거구로의 개편만이 비례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해왔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역시 동일한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왔다. 

우리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의 중대선거구가 실질화가 되어서 비례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국회의 신속한 논의와 결단을 촉구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21대 국회에서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기초의회를 3-5인 선거구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가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김영배 의원이 3인-4인 선거구를 기본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윤호중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은 3-5인 선거구로의 법률개정에 찬성입장을 언론에 천명한 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국회 정개특위 논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법정 TV토론에서 중대선거구제도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시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고,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독일식연동형비례제를 공약한 바 있다. 선출직 공직자의 비례성의 확대에 동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민의힘’이 기초의회의 중대선거구 확대에 관하여 일체의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태도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국회 정개특위가 구성된 것은 헌법재판소가 지방의회 선거의 비례성을 개선하라는 취지의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데서 비롯된다. 비례성 개선은 단순히 지역선거구 간의 인구편차를 감축하는 것에서 달성되지 않으며, 민의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 구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하고 여성공천 할당제를 의무화하는 등 지방의회의 비례성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입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의 다양한 세력의 의회진출 등 대표성과 다양성 확충을 위하여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현재 국회 정개특위 논의가 공전되어 지역구 획정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시민들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우리는 한시 바삐 국회가 비례성을 최대한 개선하는 선거제도 개혁입법을 통하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얼굴을 닮은 지방의회가 구성되어서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시민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가 재구축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원내 정당들이 당리당략보다 지방의회가 신뢰를 얻는 방법에 기초한 열린 태도로 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기초의회 비례성 개선에 관하여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근본적인 성찰과 방향전환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후략)

2022. 3. 22. 
수원KYC,천안KYC 등 206개 시민사회단체 일동